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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판' - 무주 셀렉트 : 동시대 시네아스트 미아 한센-러브

2018년 제6회 영화제에서 처음 시작되어 이제 무주산골영화제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무주 셀렉트: 동시대 시네아스트’는 전 세계 영화감독 중 동시대 영화 미학의 최전선에 서 있는 해외 감독을 매년 1명씩 선정해 그의 주요 영화를 상영하고, 영화평론가의 비평과 함께 그의 영화 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감독 특집 프로그램이다. 2018년 영국의 안드레아 아놀드를 시작으로, 2019년 스웨덴의 루벤 외스틀룬드, 2020년 미국의 켈리 라이카트, 2021년 브라질의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2022년 일본의 하마구치 류스케까지, 당대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감독들을 엄선해서 국내에 소개해왔다.

그간 서유럽(영국)-북유럽(스웨덴)-북미(미국)-남미(브라질)-아시아(일본)의 대표 시네아스트를 차례로 선정해온 무주산골영화제는 11회 영화제를 맞이하여, 5년 만에 다시 서유럽, 그중에서도 프랑스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수많은 프랑스의 명감독 중에서 탁월한 영화적 성취와 함께 꾸준하게 자신만의 특별한 영화 세계를 구축해온 프랑스의 대표 감독 미아 한센-러브를 2023년 무주산골영화제의 여섯 번째 동시대 시네아스트로 선정했다.

1981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미아 한센-러브는 10대에 배우로 영화 경력을 시작했고, 자신을 배우로 만든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과 사랑에 빠졌다. 20대 초반에는 정식 영화교육도 받지 않은 채,『카이에 뒤 시네마』에 글을 썼다. 그러다가 23살에 삼촌과 조카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시나리오를 썼고, 25살에 이 시나리오를 영화로 완성했다. 이렇게 완성된 장편데뷔작 <모두 용서했습니다>(2007)는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었다. 그리고 프랑스의 아카데미상에 해당하는 세자르상 최고데뷔작상 후보에 올랐다. 화려한 시작이었다.

2009년에는 스스로 생을 마감한 영화제작자였던 가까웠던 친구의 사연을 바탕으로 두 번째 영화 <내 아이들의 아버지>를 완성했다. 이 영화는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받아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 그는 첫 두 작품으로 단번에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의 자리에 올라섰다. 이후 2011년 30살이 되던 해에는 10대 소녀의 사랑과 이별의 시간을 담아낸 영화 <안녕, 첫사랑>을 완성했다. 그는 10대 시절 자신의 연애담이 연상되는 이 영화를 완성함으로써 혼란스러웠던 20대 시절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특별한 영화 형식을 탐구하거나, 영화 미학적으로나 예술적으로 그렇게 큰 야심이 있는 감독이 아니다. 하지만, 그의 영화는 그 모든 걸 뛰어넘는 특별한 점이 있다. 그에게 영화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항상 인생이고 삶이었다. 그는 영화만들기를 통해 인생의 어려운 시기를 거뜬히 통과해냈다. 세상에 많은 감독들이 있지만, 필모 전체가 자신의 인생과 이렇게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감독은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는 자신의 20대를 이렇게 회고한다.

“20대 시절 나는 완전히 방황했다. 그러다가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나에게 힘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에게 영화만들기는 존재에 대해 계속해서 질문하는 과정이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나는 왜 살고 있는가. 그래서 나는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부모 모두 철학자였던 그는 30살이 되기 전, 웬만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겪을 만한 인생사를 압축적으로 경험했고,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자신의 특별한 인생 경험과 중요한 사건들, 그리고 친구와 가족, 지인들의 삶에서 얻은 영감을 자기 영화의 이야기 구조를 만드는 데 활용했다.

2014년 영화 <에덴: 로스트 인 뮤직>은 실제 DJ였던 오빠의 경험을, 그의 최고작으로 손꼽히는 2015년 영화 <다가오는 것들>은 철학자였던 어머니와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자신의 첫 영어 영화이자, 기획에서 공개까지 무려 4년이 걸렸던 <베르히만 아일랜드>(2021)의 시나리오는 그가 이혼했던 해에 쓰여졌고, 그의 최신작 <어느 멋진 아침>(2022)은 팬데믹이 시작될 무렵 요양병원에서 세상을 떠난 감독 아버지와의 경험이 모티브가 되었다.

25살에 <모두 용서했습니다>로 시작해서 이제 어느덧 41세의 중년이 된 미아 한센-러브 감독은 15년간 8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20대에 3편의 영화를, 30대에 5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그가 이 영화들을 통해 만든 세계는 감독 자신과 가족, 친구들의 삶을 자신만의 눈으로 통찰하고 해석하여 쌓아올린 것이다. 그래서 그의 영화는 얼핏 보기에 평범하고 자잘한 일상으로 가득하고, 때론 아무것도 없는 영화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이런 일상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그의 영화 세계는 리얼리티 위에 굳건하게 서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영화에서 매우 구체적인 삶의 어떤 순간과 마주하게 된다. 그의 영화들이 예외 없이 마음 깊은 곳을 흔들고, 삶을 사유하고 성찰케 하는 순간을 선사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그의 영화는 언제나 삶의 반영이었고, 그의 영화만들기는 인생에 질문을 던지고 사유하는 과정이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그는 영화와 영화만들기를 통해 삶의 진실을 탐구하고 사유해온 철학자, 사유의 시네아스트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책은 미아 한센-러브 감독의 연출작 8편 중, 그의 필모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는 <마야>를 제외한 총 7편의 영화에 대한 개별 작품론과 2편의 감독론, 2개의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다. 애정을 가지고 이 책에 필자로 참여해준 김병규, 손시내, 이나라, 이용철, 정지혜 평론가에게, 그리고 미아 한센-러브의 작품 4편 - <에덴: 로스트 인 뮤직>, <다가오는 것들>, <베르히만 아일랜드>, <어느 멋진 아침>의 자료를 제공해준 영화사 찬란의 이지혜 대표에게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본 책자의 제작을 위해 도움을 준 주한프랑스대사관 문화과에도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이 책이 한국에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동시대 월드 시네마를 대표하는 시네아스트인 미아 한센-러브의 영화들을 이해하고, 그의 영화 세계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는 좋은 길잡이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