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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들의 아버지

미아 한센-러브

프랑스, 독일2009110min극영화color15 +

감독미아 한센-러브

​미아 한센-러브의 영화는 중간에 둘로 잘리곤 한다. <모두 용서했습니다>에서는 딸이 아버지를 떠난 뒤 11년이 지나서 돌아오고, <안녕, 첫사랑>은 10대 시절의 로맨스가 끝나자 성인이 된 시점으로 넘어간다. <베르히만 아일랜드>처럼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영화감독의 이야기와 그가 쓰고 있는 영화 속의 영화로 나뉘는 경우도 존재한다. 영화 외적인 관점에서도 한센-러브의 시선을 둘로 나눌 수 있다. 20대 음악가들의 이야기인 <에덴: 로스트 인 뮤직>을 중간에 두자면 한센-러브가 먼저 만든 세 편(<모두 용서했습니다>,<내 아이의 아버지>,<안녕, 첫사랑>)은 유년기의 정서에 근접해 있고, 뒤에 세 편(<다가오는 것들>,<베르히만 아일랜드>,<어느 멋진 아침>)은 중년 내지는 노년의 삶에 관심을 기울인다. 한센-러브는 자전적인 경험을 영화에 반영하지만, 그가 반영하는 자전적 기억은 영화를 만드는 시기와 일치하지 않는다. 감독은 20대에 유년의 경험을 돌아보고, 30대와 40대에 접어들어 중년, 혹은 노년에 일어나는 변화를 주시한다. 한센-러브의 영화를 차례로 본다는 것은 나이에 걸맞은 민감한 반응의 집합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내 아이들의 아버지〉는 여러 측면에서 둘로 잘린 한센-러브 영화의 구조적 특징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그에게 중요한 것은 형식적 실험이 아니다. 영화 제작자인 그레그와르는 아내와 세 자매와 함께 살고 있다. 사무실과 현장을 오가며 영화 제작 과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책임지기 위해 노력하지만, 과도한 채무와 재정적인 실패가 겹친다. 예술에 전념하는 영화감독들과 돈밖에 모르는 투자자 사이에서 그는 상반된 두 입장을 연결 지어야 하는 처지다. 하지만 계속되는 투자 불발에 그레그와르의 제작사는 파산위기를 맞고 그는 빗발치는 청구서를 남기고 거리에서 권총 자살한다. 이때부터 영화는 그레그와르의 아내와 어린 세 딸에게 시선을 건넨다. 주어진 책임과 요구를 다 하지 못한 중년 남성의 이야기에서 남편/아버지를 잃은 여성들의 이야기로 영화의 외형도 순식간에 뒤바뀐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영화는 자살 직전에 거리를 배회하는 그레그와르의 모습을 길게 보여준다. 그가 자살을 선택할 만한 근거도 분명히 제공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왜 자살했어야만 하는지 남겨진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둘째 딸은 눈물을 흘리면서 아빠의 친구에게 물어본다. “우린 어떻게 되는 거죠?” 이는 상영시간의 나머지 절반을 책임져야 할 (중단된) 영화에게 던져진 문제이기도 하다. 타인의 죽음 이후에 영화를 포함한 우리는 어떻게 유효한 삶의 방식을 지속할 수 있을까?

아내가 영화 제작 업무를 재개하는 동안, 첫째 딸은 아빠의 짐을 정리하다가 그의 숨겨진 비밀과 만난다. 그들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뒤바뀐 환경 속에서 삶의 다른 표정들을 마주한다. 비록 아내가 재개한 영화 제작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지 못하고, 첫째 딸은 아버지의 비밀에 깊이 도달하지 못하지만, 두 사람의 실패는 기존의 질서에 서 그들을 벗어나게 하고 아직도 삶에 기대할 만한 다른 시도가 남아 있다는 것을 환기한다. 후반부의 한 장면, 가족이 파리를 떠나야 하는 상황에서 남겨진 사람들이 모두 모인 식사자리가 마련된다. 갑자기 실내 공간에 불이 꺼져 어두워진다. 가족들은 침착하게 램프를 가져온다. 자매는 세상이 고요하고 촛불이 크다고 말하며 “전기가 영원히 나갔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기가 들어오고 정전은 한순간의 해프닝으로 지나가지만, 캄캄한 어둠 속에서 잠시나마 그들은 감미로운 빛을 함께 쳐다보았다. 그것은 그레그와르가 제작한, 스크린에 투사되는 영화의 거대한 빛이 아닌 앞으로의 삶을 가능케 하는소박한 빛이다. 남겨진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은 그런 미세한 빛(들)이다. 영화의 마지막에 카메라는 파리를 떠나가는 자동차의 시선에서 나무 사이로 새어드는 작은 빛을 포착한다. 화면에 미세하게 틈입하는 빛의 연쇄로부터 그들의 지속되는 삶을 예감할 수 있다. (김병규 영화평론가)​​

Schedule

  • 2023-06-05

    19:00

    무주전통생활문화체험관

    15KE

About Movie

겉으로 보면 그레그와르는 사랑하는 아내, 세 명의 귀여운 아이들, 그리고 영화 제작자라는 직업까지, 모든 것을 이룬 남자이다. 그는 재능있는 영화감독을 발견하고, 영화를 개발하는 것을 삶의 이유로 여기며 자신의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일에 쏟는다. 일에는 열정적이고, 가족에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그레그와르지만, 꼬여만 가는 영화 일정과 쌓여가는 부채들로 인해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서서히 잠식당하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그의 죽음 이후, 그레그와르가 모든 것이었던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상실감을 채워가며 삶을 이어 간다.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 특별상, 프랑스 뤼미에르영화제 최고 각본상을 받았다.

Photo·Trai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