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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산골영화제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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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판' - 무주 셀렉트 : 동시대 시네아스트

무주산골영화제의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인 '무주 셀렉트: 동시대 시네아스트'는 전 세계의 동시대 영화감독 중 현대 영화 미학의 최전선에서 가장 인상적인 영화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영화감독을 매년 1명씩 선정해 그의 주요 영화를 상영하고, 영화평론가의 비평과 함께 그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감독 특집 프로그램이다. 2018년 영국의 안드레아 아놀드를 시작으로 2019년 스웨덴의 루벤 외스틀룬드, 2020년 미국의 켈리 라이카트, 2021년 브라질의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2022년 일본의 하마구치 류스케, 2023년 프랑스의 미아 한센-러브에 이르기까지, 무주산골영화제는 지난 6년간 동시대 월드시네마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중요한 감독들을 엄선하여 국내의 영화팬들에게 소개해왔다. 

올해 12회를 맞이하는 무주산골영화제가 선택한 일곱 번째 동시대 시네아스트는, 2018년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작 <행복한 라짜로>로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후 2023년 네 번째 장편영화 <키메라>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아 전 세계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찬사를 받은 이탈리아의 영화감독 알리체 로르바케르다.

1982년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피에솔레에서 태어난 그는 토리노와 리스본에서 고전문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극작가와 연극 음악 작곡가로 일하다가 우연히 친구의 다큐멘터리 작업을 돕게 되었고, 2005년과 2006년 두 편의 다큐멘터리에 참여했다. 이 기회를 통해 영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어느 날, 이후 자신의 모든 영화의 프로듀서가 된 카를로 크레스토-디나로부터 시나리오를 써보라는 제안을 받게 된다. 영화연출을 해본 적도, 꿈꿔본 적도 없던 그는 이렇게 영화감독의 길을 들어섰다.

그리고 2011년, 감독 스스로는 "많은 결점으로 가득한 영화"라고 자평하지만 수많은 평론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장편데뷔작 <천상의 몸>을 완성했다. 견진성사를 준비하며 성당에서 교리 수업을 받는 한 소녀의 눈에 비친 부조리한 세계를 사실적으로 담아낸 이 작품은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었다. 이후 <더 원더스>(2014), <행복한 라짜로>(2018)를 거쳐 2023년에는 최신작 <키메라>를 완성했다. 이 세 편의 영화는 종종 "이탈리아 정체성 삼부작"이라 불린다. 그는 약 12년 동안 총 4편의 장편영화를 연출했고, 그의 모든 영화는 칸영화제에 초청되었으며, 두 번이나 수상의 기쁨을 누렸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2019년 칸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칸영화제가 발굴하고 성장시킨 대표적인 감독 중 하나다.

지금까지의 그의 필모는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그의 경력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장편데뷔작 <천상의 몸>(2011)과 두 번째 영화 <더 원더스>(2014)에는 어린 시절, 감독의 실제 경험이 투영되어 있다. 이 두 편의 영화는 어린 소녀의 시선을 통해 당대 이탈리아의 풍경과 사회적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는데, 감독 경력의 시발점이 된 '다큐멘터리'와 1970년대 비토리오 데 시카, 로베르토 로셀리니 등 일군의 감독들에 의해 시작된 '네오리얼리즘'의 영향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2018년 <행복한 라짜로>를 기점으로 사회적 리얼리즘을 기반으로 했던 그의 세계는 이른바 마술적 리얼리즘의 세계로 확장되고 변화하기 시작한다.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품에서 그는 청년 라짜로의 눈을 통해 이탈리아의 삭막한 현실을 담아내면서 거기에 '죽음과 부활' 같은 신비스럽고 성스러우며 판타지적 설정을 가미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빈부격차로 대변되는 이탈리아의 황폐한 현실을 이전보다 훨씬 더 영화적이고 정치적인 방식으로 담아낸다. 이후 팬데믹 기간 주로 단편작업에 몰두하던 그는 5년 만에 <키메라>를 완성하여 돌아왔다. 땅속의 유물을 탐지하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이방인을 주인공으로 한 일종의 로맨스 영화로, 도굴이라는 흥미로운 설정과 지하에 묻힌 고대 유물이라는 소재의 신비로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이탈리아의 삭막한 현실과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낭만적이면서 환상적으로 담아낸다.

그의 모든 영화들은 기본적으로 '이탈리아' 하면 떠오르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풍경과는 완전히 다른 무채색에 가까운 이탈리아의 진짜 현실을 기반으로 한다. 알리체 감독에게 이탈리아의 정체성이란 이런 것이다. 그래서 그의 영화는 모두 이탈리아만의 풍경과 보통사람들의 생활방식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도심 외곽이나 시골을 배경으로 한다. 이러한 공간에는 그 자체로 도시와 시골, 중심과 주변부 사이의 존재하는 긴장과 이탈리아에 내재된 불평등한 세계의 부조리가 내재되어 있다. 알리체 감독은 이렇게 설정된 공간에 외부에서 온 이방인을 진입시켜 자연스럽게 서사적 긴장과 인물 간의 갈등을 발생시킨다.

이와 함께 모니카 벨루치나 이사벨라 로셀리니, 조쉬 오코너 같은 동시대 최고의 프로 배우들과 연기 경험이 없는 아마추어 배우들을 함께 출연시킴으로써 영화의 안과 밖에서 동시에 과거와 현재, 전통과 모더니티, 신성과 세속, 현실과 판타지, 영화적 현실과 실제 현실의 경계에서 자신만의 정치성과 보편성을 쌓아간다. 그래서 그의 영화는 때론 사실적이고, 때론 낭만적이고, 때론 환상적인 외투를 두르고 있지만, 그의 영화들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다. 그는 자신의 영화를 "시의 영화"로 규정하면서, "시의 영화"는 항상 정치와 관련되어 있다고 말한다. 정치가 질문과 함께 작동하고, 머리로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이 곧 정치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알리체 로르바케르의 영화들을 이야기할 때 멀리는 에르마노 올미, 페데리코 펠리니, 로베르토 로셀리니,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 같은 이탈리아 영화사를 빛냈던 거장들의 이름에서부터, 가깝게는 지안프랑코 로시처럼 현재 활동 중인 동시대 이탈리아 다큐멘터리 감독까지, 이탈리아의 현실을 영화라는 도구를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담아냈던 걸작들이 골고루 호명된다. 

그는 지역 신문 기사에서 자주 이야기의 영감을 얻고, 우리가 알고 있는 장르적 관습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뒤틀어 영화적 흥미를 유발시킨다. 자신의 경험과 이탈리아의 현실을 바탕으로 하는 논픽션의 세계 위에 감독이 설정한 주제와 감독이 창조한 인물들을 얹어놓고, 거기에 필름 촬영과 같은 기술 장치들과 판타지적 설정들을 활용하여 몽환적이면서도 신비롭고, 신화적이면서 미학적인, 마치 마법과도 영화적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그가 이런 방식을 통해 쌓아올린 세계는 가장 이탈리아적이면서도 보편적이며, 미학적인 측면과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동시대 이탈리아뿐 아니라 월드시네마 안에서도 눈에 띄게 창의적이고 특별하다. 이것이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 사회적 리얼리즘과 마술적 리얼리즘을 유려하게 오가는 현실과 환상의 시네아스트,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거장이 되어가고 있는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과 그의 영화들을 주목하고 기억해두어야 하는 이유이고, 올해 무주산골영화제가 그를 일곱 번째 동시대 시네아스트로 선정한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OTT가 없으면 살 수 없는 시대 분위기 속에서 영화의 생존을 걱정하며 새로운 영화의 길을 모색하는 지금, 영화라는 형식에 대한 깊은 고민과 사유 속에서 가장 이탈리아적인 소재를 가장 창의적이고 환상적인 방식으로 담아내어 전 세계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는 그의 놀라운 영화들은 무주를 찾은 관객들에게 특별한 영화적 경험과 깊은 영감의 순간을 선사할 것이다.

올해 무주산골영화제에서는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의 초기 다큐멘터리와 함께 그의 모든 장편영화, 엄선한 단편영화들을 상영하고, 감독의 작품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토킹시네마" 시간도 마련한다. 이와 함께 영화제 개막에 맞춰 국내 주요 평론가들이 참여한 비평서를 발간하여 영화제 기간 판매할 예정이다. 많은 관객들의 관심과 참여 부탁드린다. (후원 : 주한이탈리아문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