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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이미지
초원의 강

켈리 라이카트

미국199477min극영화color15 +

감독켈리 라이카트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장편데뷔작으로 라이카트 월드의 원형과도 같은 영화다. 플로리다 남부의 습지 인근에 사는 코지는 외롭고 공허하다. 사랑 없는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코지는 어느 날 목적 없이 떠돌아다니는 리를 만난다. 리와 코지는 밤새 술을 마시다 어느 집에 무단침입을 한 후 길에서 주웠다는 총을 가지고 장난을 친다. 그 총은 코지의 아버지가 잃어버린 총이다. 때마침 집주인이 나타나는데 그 순간 실수로 총이 발사된다. 리와 코지는 누군가 죽었을 거라 생각하고 도망친다. 뉴 아메리칸 시네마에 대한 라이카트 감독의 주석과도 같은 이 영화에 대해 감독은 로드 없는 로드무비이자, 사랑 없는 러브스토리이며 범죄 없는 범죄이야기라고 설명한 바 있다.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Schedule

  • 2020-06-05

    11:00

    무주전통문화의 집

    15

About Movie

초원의 강뉴 아메리칸 시네마에 대한 켈리 라이카트의 주석과 같다. 아메리칸 드림이 사라진 시대를 부유하던 커플, 훔친 자동차, 급작스럽고 돌발적인 여정, 충동적인 폭력과 살인, 불안한 삶을 지탱하던 히피의 삶이 새로운 아메리카를 대표했던 시대는 이미 막을 내린지 오래다. 코지의 1인칭 내레이션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미국인의 삶에 대한 보고서처럼 느껴진다. 그녀의 내레이션이 들리는 동안 대중매체에 전시되던 새로운 생활양식이나 살인과 같은 범죄 이미지가 그녀의 기록과 병치됨으로써 번영을 꿈꾼 시대와 개인의 내밀한 삶을 함께 숙고하도록 한다. 라이카트는 새로운 삶에 대한 꿈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붙박인 시간을 보내는 코지와 리의 우발적인 총기 발사, 그로 인해 시작된 충동적인 배회를 지켜보지만 그들의 일탈은 보잘것없고 미숙하기만 하다. 코지의 권태를 잊게 하는 음악과 춤, 그녀가 원하는 다른 삶의 리듬, 리의 소심함, 총이 대신해줄 남성의 이미지, 총을 잃어버린 코지 아버지의 무기력이 느슨하게 병행됨으로써 나른하고 정체된 당대의 정서가 드러난다. 그들은 더 이상 자유를 꿈꾸지 않고 이미 낡아버린 꿈에 메어 있다. 라이카트가 초원의 강에서 주목한 것은 아름다운 해변과 잘 가꿔진 가로수, 강렬한 햇살, 맨발로 거리를 다녀도 이상할 것 없는 자유로운 플로리다의 분위기가 아니다. 멋진 도시는 에버글레이즈의 습지와 끈적거리는 습도로 대체되고 안티히어로처럼 총을 쏴대면서 도주하는 속도의 쾌감은 인물들의 머뭇거림과 더딘 행동과 정체된 차량처럼 막혀 있다. 게다가 이들은 동네를 맴돌 뿐 결코 마이애미로 떠나지 못한다. 라이카트는 큰 가치로 삶을 지탱하지 못하던 세상의 주변부에 살던 자들의 실패를 담담하게 관찰한다. 특히 라이카트의 주된 관심사인 자질구레하고 작은 것들(small things)’ 곁에 머무르려는 태도와 그러한 순간을 드러내는 사소한 행동에 주목한다. 라이카트의 영화는 그녀가 태어난 해에 개봉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에서 멀리 떨어진 곳, 장 뤽 고다르와 몬티 헬만의 영화로 향한다. 초원의 강은 길과 풍경, 인물의 시간과 리듬이 서로에게 스며드는 과정을 따라갈 뿐이다. 격정적인 감정이나 강렬한 사건은 찾을 수 없다. 대신 반짝이는 수영장 물살을 따라 부유하는 코지의 팔과 다리, 맨발로 돌아다녀 새까매진 발바닥, 무성하게 자라난 습지의 풀들, 개미떼, 집마다 심어진 꽃들, 침실에 걸린 성조기, 낡은 LP 가게에서 들리는 재즈가 초원의 강을 가능하게 한다. (박인호)

Photo·Trai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