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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이미지
어떤 여자들

켈리 라이카트

미국2016107min극영화color15 +

감독켈리 라이카트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여섯 번째 장편영화. 변호사 로라는 보상금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인질극을 벌이는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 애쓴다. 지나는 남편과 함께 새집을 짓기 위해 이웃 앨버트에게서 사암을 사야 하지만 앨버트를 설득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목장에서 일하는 일꾼 제이미는 야간 수업을 가르치는 베스에게 호감을 갖지만 수업을 위해 네 시간씩 운전해야 하는 베스는 그저 피곤할 뿐이다. 느슨하게 연결된 세 가지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세 명의 여성 주인공들은 몬태나에서 각자의 문제를 가지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어떤 여자들이다. 마일리 멜로이의 단편 소설을 각색한 동시대 미국의 풍경화 같은 영화로, 선댄스영화제에서 첫 공개되었다.
 

 

Schedule

  • 2020-06-07

    10:30

    무주산골영화관 태권관

    15

  • 2020-06-07

    10:30

    무주산골영화관 반디관

    15

About Movie

라이카트의 여섯 번째 영화 어떤 여자들웬디와 루시의 마지막 장면에서 시작한다. 기차가 몬태나의 평원을 가로질러 사라지는 첫 숏에 그녀의 전작들이 한꺼번에 스쳐 지나가면서 우리는 지금 라이카트의 영화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된다. 문득 황폐한 현실, 지독한 빈곤, 평화와 자유가 사라진 이후의 시간을 살아가는 인물들이 떠오른다. 오리건의 사막을 떠돌던 이민자들의 발걸음, 1930년대 대공황기의 떠돌이처럼 기차에 뛰어오른 웬디의 처연한 얼굴, 자신의 신념과 의식의 불일치가 만들어낸 목덜미의 두드러기 자국, 긴장한 친구의 어깨를 지그시 누르던 손길, 길게 늘어선 기차들과 선로의 구불거림은 하루하루 잠식해오는 불안을 이겨내기 위한 일상의 징표가 되고, 그런 미세함과 친밀함이 모여 라이카트의 영화가 된다. 몬태나 곳곳에서 살아가는 세 여성과 멀리서 몬태나를 오가던 한 여성이 일터에서 맡은 일을 하고 타인들을 만나고 스쳐 지나가는 게 전부인 어떤 여자들은 말 그대로 누구라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가능태의 변주곡과도 같다. 변호사는 고집불통인 의뢰인과의 관계로 애를 먹고 법학생은 잠잘 시간도 없이 일하며 학비를 마련한다. 꿈에 그리던 집을 짓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유능한 여성은 그 누구와도 교류하지 못한다. 홀로 말을 돌보는 인디언 소녀는 법학생과 마주할 밤의 신비로움을 기다린다. 이들은 라이카트가 그간 만들어온 영화적 노정을 대표하는 인물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라이카트적인 가치와 대화하는 여성들이다. 라이카트는 작고 세밀한 순간으로 채워진 영화를 만들었다. 때론 실패하고 때론 도달하지 못할 소망을 품고 있지만 그녀의 영화 속 인물들은 우정과 신뢰, 인간이 어떤 세상에 소속될 것이며 어떻게 세상과 마주할 것인가라는 선택의 순간, 그리하여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실행한다. 라이카트도 마찬가지다. 그녀의 영화는 온전히 밤의 기운에 속한 영화, 친밀함과 경험이 바탕이 된 약속을 믿어보려는 영화, (영화제작과 영화 모두가) 생성하는 과정에 놓인 영화, 길을 잃고 머뭇거릴지언정 미리 결론짓지 않고 시간 속에 버티고 선 영화가 된다. 어떤 여자들은 큰 가치와 시스템이나 대의명분을 겨냥하지 않기에 구체적이고 사소한 것들을 관찰할 수 있고, 나의 일상을 지탱하는 고귀한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그게 정치적 인식이건 사회적 행동이건 타인에게 온정을 베푸는 것이건 인물들의 삶의 방식은 라이카트의 영화가 스스로를 형성하는 근간이 된다. 스산하고 적막할지언정 삶에 충실한 그 여성들의 시간을 따라가는 것은 우리에게 귀중한 체험이 될 것이다. (박인호)

 

Photo·Trai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