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1학년 다영은 여름방학 동안 가장 기억에 남은 일을 적는 방학 숙제에 헤어진 남자 친구 병훈과의 추억을 적는다. 다영의 방학 숙제를 본 담임선생님은 다영이 학생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다고 추궁하고 그녀의 방학 숙제는 반성문으로 바뀐다. 그 여름날의 진실이 다영의 반성문을 통해 밝혀지는 순간 관객은 다영과 병훈이 겪은 일들이 부디 거짓말이길 바라게 된다. 사랑의 이면을 경험하고 이에 따르는 책임을 알아가는 청소년 커플을 통해 사랑의 어려움을 탐구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2023년 부산국제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받았다.

​손현록 감독의 장편데뷔작 〈그 여름날의 거짓말〉은 기본적으로 사랑을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고 앞만 보고 돌진하는 여고생에 대한 발칙하고 불편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영화가 관객에게 보여주는 이야기가 주인공 다영이가 반성문에 쓴 이야기인지, 여름방학 기간에 다영이 실제 겪은 이야기인지는 확실치 않다. 영화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과거와 현재를 뒤섞고 심지어 영화 말미에서는 이 영화 전체가 거짓말일 수도 있다는 걸 암시한다. 따라서 다영의 대책 없는 행동이 주는 불편함과 다영이 실제 겪은 내용과 다영이 반성문에 쓴 내용과 영화가 보여주는 내용 사이에 존재하는 허들을 걷어내고, 각각의 이야기를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이 영화는 매번 다른 영화가 된다. 청소년 영화에서 다루기 쉽지 않은 소재를 불편하게 다루면서 “사랑의 힘”을 이야기하는 순진한 10대에 대한 최악의 영화가 될 수도 있고, 우정과 성장으로 대표되는 청소년 드라마의 관습을 완전히 부숴버린 자리에서 태어난 사랑과 욕망에 관한 기괴한 우화가 될 수도 있으며, 사랑을 지키기 위해 철저하게 자신의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한국영화에서 본 적 없는 10대 여고생의 사랑과 욕망에 대한 블랙코미디가 될 수도 있다. 이 영화를 어떤 이야기로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보는 사람의 몫이겠지만, 한 가지 명확한 점은 이 영화는 틀림없이 불편하지만 끝까지 보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영화적 야심과 한국영화에서 한번도 보지 못했던 인물의 욕망이 뒤섞인 이 영화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그의 다음 영화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