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인 엄마는 딸로부터 목돈을 빌려 달라는 부탁을 받지만, 가진 거라고는 낡은 집 한 채가 전부인 엄마는 그럴 능력이 없다. 딸은 대출도 어렵게 되자 동성 연인과 함께 엄마의 집으로 들어와 함께 살게 된다. 졸지에 딸과 그녀의 애인과 불편한 동거를 하게 된 엄마는 요양원의 담당 어르신을 돌보는 데 몰두해 보지만, 늙고 가난해지면서 가족과 주변사람들로부터 소외 받는 어르신에게서 자신과 딸의 모습을 발견한다. 이미랑 감독은 자신의 장편데뷔작인 이 작품으로 202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GV상과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했다. ​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대학 강사 딸 그린은, 어느 날, 동성 연인 레인과 함께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엄마 집에 입주한다. 딸이 괜찮은 남자와 결혼해서 평범한 삶을 살길 바라는 엄마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미랑 감독의 장편데뷔작 〈딸에 대하여〉는 세 사람의 이 불편한 동거를 담는다. 이 와중에 그린은 동성애자에 대한 부당한 해고 문제로 대학 측과 싸우는 중이고, 엄마는 자신이 담당하는 할머니 제희의 돌봄 문제로 요양원 측과 대립 중이다. 엄마가 제희의 돌봄에 매달리는 건 제희의 모습에서 자신의 미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엄마의 돌봄 이야기와 세 사람의 동거담을 포개놓으면서 여성들의 삶과 연대, 그리고 불안한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결국 서로 다른 세 명의 여성이 살게 된 집에 제희까지 들어오고, 잠시지만 삼대의 네 여성이 함께 사는 낯선 동거가 시작된다. 이 영화는 가부장의 무능과 부조리, 남성 폭력을 갈등의 주된 축으로 쓰거나 서사 앞에 전면화하지 않는다. 네 명의 여성, 그들의 이야기, 감독의 연출력만으로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가면서 여성들끼리 서로 돌보는 삶과 미래를 상상한다. 원작 소설을 쓴 김혜진 작가의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는 말로 시작된 영화는, 이렇게, 이미랑 감독의 말처럼 “타인을 향해 지속적으로 다가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로 변모한다. 미투 이후 쏟아져 나온 수많은 한국 여성 영화들 가운데서도 단연 첫 줄에 놓을만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