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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8th
Muju Film Festival

제8회 무주산골영화제를 시작하며
전대미문(前代未聞). 별의별 희한하고 끔찍한 일을 실시간으로 보고 들으며 살다 보니 어지간한 일엔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시대라지만, 최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이 겪고 있는 이 디스토피아적 시간을 이보다 잘 표현한 단어는 없을 것입니다. 아직까지 치료제가 없어 우리를 더 불안하게 하는 이 바이러스는 우리 앞에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말 그대로 전대미문의 시간을 펼쳐놓고 있습니다.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외출할 때마다 마스크를 챙기고 매일 발표되는 확진자 수를 확인하며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는 이 불확실한 시간을 견디고 있습니다.

이 바이러스가 고약한 건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옆 사람과 거리를 두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우리의 일상은 바이러스가 창궐한 이후 잠시 멈추었습니다. 일상적인 소비 생활은 말할 것도 없고 야구나 축구 같은 스포츠와 연극, 뮤지컬, 콘서트 같은 예술 문화행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우리 문화 향유 시간의 8할을 차지하는 영화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극장이 열려있긴 하지만, 관객들은 이제 극장에 가길 꺼리고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영화 보기를 더 즐깁니다. 갑자기 극장은 영화를 관람하고 친교를 나누는 최적의 공간이 아니라 바이러스에 취약한 밀폐되고 위험한 공간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렇게 느닷없이 찾아온 극장의 위기는 극장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영화산업 전체를 위기에 몰아넣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위기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전혀 예상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사실 극장의 위기는 극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영화를 즐기는 영화제의 위기를 의미합니다. 지난 2월 말에 열린 베를린국제영화제 이후 전 세계의 영화제는 전부 연기 또는 취소되었고, 한국의 영화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전 세계의 영화인들이 모이는 국제영화제들은 올해 안에 행사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코로나 시대의 영화제에 대해 토론하면서 대안을 찾아보려고 애쓰고 있지만 기존의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법 말고는 별다른 방법을 찾은 것 같진 않습니다. 사실 이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1932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영화제’ 가 탄생한 후 약 8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영화제의 중심에는 항상 극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극장이 없는 영화제, 관객이 없는 영화제는 온전한 의미의 영화제라고 하긴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불확실한 시기에 무주산골영화제가 여덟 번째 영화 소풍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이 와중에 영화제라니, 영화라니, 제정신이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이 함께 모여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노는 영화제가 어쩔 수 없이 열리지 못한다는 건 우리의 일상이 사라져 버렸음을 의미하기에 우리가 무주산골영화제를 예정대로 개최하기로 한 것은, 조금 거창하게 말하자면, 우리 일상의 복원과 일상으로의 복귀를 바라는 우리의 마음을 표현하고 응원하고자 하는 영화제만의 작은 시도이자 조심스러운 도전일 거라고 믿습니다.

올해 영화제를 즐기기 위해 관객 여러분이 얼마나 무주를 방문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린 결과에 상관없이 올해의 포스터 속 인물들처럼 한 곳을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그 시선의 끝엔 따뜻한 희망과 도둑맞은 우리의 일상이, 관객 여러분이, 그리고 늘 우리 곁에 있었던 영화가 있습니다. 제8회 무주산골영화제는 이렇게 일상으로의 복귀를 염원하는 우리의 마음과 여러분의 마음을 모아보려고 합니다. 아마 예년처럼 편하게 만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실내 극장에 들어가기 위해선 산골팔찌를 구입해야 하고, 마스크를 써야 할 것이며, 발열 체크를 해야 할 것이고, 문진표를 작성해야 할 것입니다. 야외 극장에서도 같이 온 친구와 가까이 앉아 영화를 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얼마 전까지 우리를 웃게 하고, 눈물 흘리게 하고, 위로해주었던 우리의 영화와 우리의 극장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관객 여러분이 극장에서 영화와 함께 어울려 만들어 내는 그 마법 같은 순간을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상상해보려고 합니다. 극장은 그리고 영화제는 우리의 일상을 위해, 우리의 영화를 위해 반드시 복원되어야 하는 우리들의 공간이자 놀이터이기 때문입니다.

2020년 6월 4일, 바이러스에 일상을 저당 잡혀버린 이 전대미문의 시간 속에서 무주산골영화제가 다시 시작합니다. 하늘과 바람과 별로 가득했던 조용한 산골 무주는 1년 만에 당도한 영화들로 인해 소란스럽지 않은 생동감이 가득한 공간으로 변모할 것입니다. 이 아름다운 곳에서, 안전을 위해 여러 가지 불편을 감수해야겠지만,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줄 작은 휴식과 위로가 될 수 있는 우리들의 영화제를 함께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영화야, 소풍 갈래?'

'설렘'가득한 영화소풍길을 따라 깊은 '울림'을 발견하는 '어울림'의 영화제

  • 행사기간 2020년 6월 04일(목) ~ 6월 08일(월) (5일간)
  • 프로그램 窓, 場, 樂, 林,
  • 상영규모 23개국 97편
    : 한국영화 42편, 해외영화 58편
    : 극영화 72편, 다큐멘터리 11편, 애니메이션 14편
    : 장편 82편, 단편 15편
  • 주최 무주산골영화제 조직위원회
  • 주관 무주산골영화제 집행위원회, (재)무주산골문화재단
  • 후원 전라북도, 무주군, 전주MBC

슬로건

설렘

Exciting

소풍 길 같은 설렘 가득한 영화제

울림

Sympathy

자연 속에서 느끼는 울림의 영화제

어울림

Harmony

관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