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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수필

[산골수필 4호] 무성영화에 색을 칠하다_뮤즈그레인 김승재

​무성영화에 색을 칠하다


무성영화를 라이브 연주와 함께 상영하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맡아주실 수 있으세요?’

20182, 이 한 통의 전화로 무주산골영화제와의 깊은 인연은 시작되었다. 

 

 

뮤즈그레인은 멜로디와 더불어 세밀한 가사와 함께 소통하는 밴드다. 가사가 있는 음악은 가사의 이미지가 곡 분위기를 좌우하게 된다. 연주보다는 보컬이 상대적으로 돋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멤버들 각자는 가사가 없는 순수 음악에 대한 자기 나름대로의 동경을 가지고 있다. 무주산골영화제가 제안한 이 프로젝트는 가사가 없는 음악으로 이루어졌다. 뮤즈그레인의 음악에서 해소하기 힘들었던 그 동경을 이번 프로젝트의 곡을 만들고 연주하면서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고, 멤버들의 의견을 물어본 후 큰 고민 없이 해보자는 결론이 났다. 그때는 전혀 알지 못했다. 이건 정말 힘든 여정이 될 것이라는 것을...

 

일반적으로 대사가 있는 영화는 음악이 모든 장면에서 다 나오지 않는다. 대사나 행동이 주가 되는 장면에서는 그 집중도를 위해 배경 음악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무성영화는 다르다. 대사 자체에도 소리가 없기 때문에 어떤 장면에서라도 소리든, 음악이든 끊임없이 나오지 않으면 분위기가 어색해진다. 이는 다시 말하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75분짜리 연주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무성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적이 없었던 나는 그 사실을 이미 돌이킬 수 없었던 시점에야 깨달았다. 그래도 주어진 미션이 있어야 열심히 하는 우리 밴드의 특성상 차라리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 우린 답을 찾을 거야. 늘 그래왔듯이...’


 <손님 접대법> (감독 버스터 키튼, 1923)

 

같이 곡을 쓰는 동준이와 나는 3~5월 내내 곡 작업에 몰두했다. 우리가 작업하기로 한 버스터 키튼 감독의 영화 <손님 접대법>에 원래 삽입된 음악을 먼저 들으면 혹시나 영향을 받아 비슷한 음악이 나올까 봐 소리를 끄고 감상하면서 곡을 만들었다. 그렇게 한곡 한곡 나오면 합주실에서 멤버들과 연주해보면서 편곡을 했다. 기존에 우리가 하던 음악은 감성적인 편에 속한다. 하지만 영화는 대놓고 코미디 영화였고, 오히려 이런 점은 우리를 더 도전적으로 만들었다. 템포가 빠르고 밝은 분위기의 음악들을 새롭게 만들어가면서 우리도 이런 음악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영화와 음악의 싱크를 맞추는 작업이었다. 사실 곡을 쓸 때 길이를 정해 놓는 경우는 없다. 편곡 과정에서 길이가 바뀌는 건 다반사이다. 그러나 영화는 장면이 바뀔 때마다 곡의 분위기가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초 단위로 곡의 길이를 맞추어야 했다. 이 때문에 별 방법을 다 써보았다. 귀에 메트로놈을 틀고 연주하기, 처음부터 끝까지 지휘하기, 시작하는 박자 듣고 연주하기... 그런데 신기한 건 하다 보니 길이가 맞춰지더라는 것이었다. 10초 이상씩 빗나가던 음악이 여러 번 합주 끝에는 1~2초 이내로 맞춰졌다. 영화를 보면서 맞추는 연습을 했기 때문에 어떤 장면에서 어떤 부분, 어떤 속도가 나와야 되는지 몸이 반응하고 있었다. 연습하면서 싱크가 1초도 빗나가지 않고 딱 맞는 순간들이 종종 있었는데 소름이 돋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5월이 되면서부터는 공연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내 몸이 흥분으로 가득 찰 때 즈음 공연 날이 찾아왔다. 기분 좋은 날씨, 바람과 함께 무주산골영화제는 야외에서 영화를 감상하기 딱 좋은 계절에 돌아온다. 우리가 했던 수많은 공연 중 이렇게 기분 좋고 흥분되는 공연이 또 있었을까? 연주하는 내내 행복한 감정이 가득 찼고 엔딩을 연주할 때 눈물이 났다. 그동안의 준비 과정들이 생각나면서 관객들의 박수는 벅찬 감동으로 날 감쌌다. 그리고 궁금했다. 관객 여러분들의 소감이.

 

 

우리는 현재 이때 연주했던 곡들을 추려서 연주곡 앨범 녹음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20192월 또 전화가 걸려왔다. ‘무성영화 라이브 한 번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또 한 번 그 감동을 느껴볼 수 있을까?

고민은 짧게. 우리의 대답은 ‘Yes’.


 

 

김승재

밴드 뮤즈그레인 리더, 작곡가, 초등 교사. 그대 마음에 따뜻한 위로뮤즈그레인은 

팝을 기반으로 락, 포크 등을 뮤즈그레인만의 스타일로 세밀한 노랫말과 함께 녹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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