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벤 외스틀룬드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감독의 고향 예테보리과 비슷한 가상의 스웨덴 도시를 배경으로 이 도시의 여러 아웃사이더들의 연관성 없이 파편화된 이야기들을 나열하며 엮어낸다. 장면들은 서로 최소한의 관계만을 가지고 있고, 인물들은 각각의 장면 내부에서만 서로 영향을 준다. 외스틀룬드 감독의 목표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각 인물들의 개별적인 삶의 전경을 조망하는 것이다. 다큐멘터리처럼 보이지만 극영화이며, 감독은 이 영화를 모큐멘터리 (Mokcumentary)라고 하지 않고, 인물들이 카메라 앞에서 자신을 연기하는 유사 다큐멘터리(Pseudo-documentary)라고 부른다. 러시안 룰렛 등 몇몇 장면에서 이후 영화에서 찾을 수 있는 외스틀룬드 감독의 인간의 사회적 행동에 대한 탁월한 관찰력을 엿볼 수 있으며. 한 자리에 카메라를 세워둔 채 거리를 두고 관찰하는 전형적인 외스트룬드 감독의 스타일로 촬영되었다. 언뜻 보기에 학생 작품 같아 보이지만, 완벽하게 계산된 촬영과 짜임새있고 타이트하게 편집된 작품이다. 2005년 모스코바영화제 국제영화평론가협회(FIPRESCI)상을 수상했다.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몽골로이드 기타>는 이후 이어지는 그의 영화작업의 원형과도 같은 작품이다. 오래된 공연을 틀어주는 TV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영화의 화면은 이내 지직거리고 노이즈가 화면을 덮는다. 곧이어 지붕 위에 기타를 멘 한 소년이 등장해 TV 안테나를 흔든다. 소년의 동작에 맞춰 노이즈가 사라지면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니, 이 영화에는 이야기랄 게 없다.소년은 거리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데 음악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고함소리에 가깝다. 곧이어 한 여성이 아파트에서 나와 문의 잠금 상태를 계속 확인하는 등 강박적인 행동을 반복한다. 뒤이어 거리의 자전거를 일부러 부수고 다니는 남자가 나온다. 다른 곳에서는 총을 가지고 러시안 룰렛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이들의 삶, 각자의 시간이 모여 스웨덴 어느 도시의 일상이 된다. 정확히는 도시 어딘가에 존재할 수 있지만,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순간들이 이어진다. <몽골로이드 기타>는 조금 거칠게 표현하자면, 선형적인 서사 위에 정리된 영화라기보다는 각기 따로 존재하는 장면, 인물, 상황들의 연속된 몽타주에 가깝다. 사람들의 관계는 단절되어 있고 상황은 이어지지 않는다. 카메라는 마치 CCTV로 바라보는 것처럼 고정된 자리에서 인물들의 행동을 가만히 기록할 뿐이다.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던 경험들을 토대로 연출된 장면들은 일종의 관찰카메라처럼 보이는 데 사실 모든 장면을 인과 관계의 연결로 엮을 필요는 없다.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소통이 불가능한 외로운 사람들의 초상과 갑작스레 분출되는 폭력을 나란히 놓고 반복한다. 동시에 중간에 어둡지만 유머러스한 상황을 넣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야기보다는 이미지로 성립되는 영화인데 서사 속에 편입되지 않고 할 필요도 없는 장면들이 중첩되고 쌓여갈수록 선명한 감정들이 떠오른다. 이렇게 축적된 이미지는 스웨덴 사회의 이면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는 착각을 안긴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불쾌감으로 다가올 것이고, 또 다른 이에게는 통찰로 연결될 수도 있다. 현실과 재현, 허구와 진실의 경계가 기이하게 뒤섞인 형식이 흥미롭다. 선명하고 일관된 주제의식이 어떤 방식으로 출발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루벤 외스틀룬드 영화세계의 기원이라 부를 만하다. (송경원)
루벤 외스틀룬드Ruben Östlund
1974년 스웨덴 서부 해안의 작은 섬 스튀르소 출생. 스키 매니아였던 그는 20대 중반까지 5년 동안 스키영화들을 만들었고, 이후 예테보리 영화학교에 입학했다. 영화를 공부하며 하모니 코린의 <검모 Gummo>(1997)와 마카엘 하네케의 <미지의 코드 Code Unknown>(2000)에 열광했던 그는 2001년 졸업 후 대학 친구 에리크 헤멘도르프와 자신의 프로덕션인 플랫폼 프로덕션 Plattform Produktion을 설립했다. 2004년에 완성한 장편 데뷔작 <몽골로이드 기타>가 모스코바영화제에서 국제영화평론가협회(FIPRESCI)상을 수상하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2008년에 연출한 <분별없는 행동>은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초청되었다. 그로부터 2년 후에 연출한 단편영화 <은행 주변에서 생긴 일 Incident by a Bank>은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했는데, 이 영화는 후반작업을 통해 영화 속 모든 카메라 움직임을 만들어 내 화제를 모았다.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정확하고 유머러스하게 포착해내는 그의 탁월한 능력이 본격적으로 빛이 발하기 시작한 세 번째 장편영화 <플레이>(2011)는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받았으며, 2014년에 완성된 네 번째 장편영화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은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아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2017년에는 다섯 번째 장편영화 <더 스퀘어>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어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현재 그는 자신의 첫 영어 대사 작품이며 가장 상업적인 영화일 것이라고 알려진 차기작 <슬픔의 트라이앵글 Triangle of Sadness>을 제작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