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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회 영화제(2023)

11회 영화제(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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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멋진 아침One Fine Morning

미아 한센-러브

  • 프랑스, 독일
  • 2022
  • 112min
  • 15 +
  • color
  • 극영화

​〈어느 멋진 아침〉의 도입부에서는 닫힌 문이 열린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산드라는 몇 개의 문을 지나쳐 마지막 방문을 열고 신경퇴행성 질환을 앓는 아버지가 머무는 방 안으로 들어간다. 닫힌 문은 그 안에 타인의 공간, 누설되지 않은 비밀을 숨기고 있다. 문이 열리면 그것들 가운데 일부분이 다른 인물에게, 그리고 영화의 시선에 노출된다. 관객은 그렇게 하나의 세계에서 아직 열리지 않은 다른 세계로 진입한다. 하지만 〈어느 멋진 아침〉에서 카메라는 산드라가 아버지의 방 안으로 들어가고 난 뒤 닫힌 문 앞에서 잠시 멈춘다. 영화는 문 안에 들어서기 전에 숨을 고른다. 그런 잠깐의 기다림이 이 영화에는 필요하다. 문은 사람과 사람의 경계에 존재하는 경계면으로, 친밀감과 거리감을 동반하는 이중적인 장치로 카메라의 눈앞에 놓인다.

산드라는 여덟 살 난 딸과 투병 중인 아버지를 둔 번역가이다. 아버지가 질병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하면서 그녀는 간호와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고, 오랜 친구인 클레망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산드라는 살던 집을 내놓게 되고 악몽을 꾸고 눈물을 흘리지만, 절망하지 않는다. 미아 한센-러브의 다른 영화가 그러하듯, 〈어느 멋진 아침〉도 비관적인 상황에서 미소를 발견하고, 행복한 순간에서도 연민을 찾아낸다. 언제나 삶의 경험을 반영하는 영화의 구조를 찾는다는 한센-러브는 이 영화에서 죽은 아버지의 기억을 불러온다. 평생을 철학 교수이자 번역가로 일한 아버지가 합병증으로 인해 언어 능력을 잃어버리고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할 때마다 감독은 그것을 녹음했다고 한다. 한센-러브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어가는 산드라의 아버지(에릭 로메르의 배우로 유명한 파스칼 그레고리가 연기한다)에 투영해 그의 마지막 시간을 관측한다. 한 인간의 빈자리를 자각하는 시간이자, 상실과 애도를 삼키는 시간이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가 비애감을 드리우며 그 시간의 주변부를 감돈다. 어떤 의미에서 한센-러브에게 이 영화는 〈모두 용서했습니다〉와 〈내 아이들의 아버지〉와 같은 초기작에서 제기된 바 있는 ‘아버지의 죽음과 딸의 애도’라는 오랜 주제를 끝내는 작업일지도 모른다.

간병과 섹스와 악몽은 모두 침대에서 벌어진다. 산드라는 침대와 침대를 오가며 그 모든 경험을 치른다. 〈어느 멋진 아침〉은 한쪽에 삶의 중단에 따른 슬픔과 파장을 두고, 다른 한쪽에 새롭게 형성되는 관계에서 오는 생의 기쁨과 아름다움을 배치한다. 한센-러브가 제안하는 삶의 규칙은 냉정하지만 경쾌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그는 영화를 통해 자신에게 제기하는 중요한 질문이 “어떻게 절망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내 삶의 경험에 진실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라고 말한다. 삶의 한 구간에서 산드라는 아버지의 투병과 죽음으로 고통에 직면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예기치 못한 곳에 도착하고, 낯선 사람들과 마주치고, 그들의 목소리와 노래를 듣는다. 한센-러브의 영화답게 유독 탈것을 타고 이동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산드라는 버스와 기차, 심지어는 나룻배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한다. 탈것이 산드라의 몸을 싣고 움직이는 동안 그녀는 눈에 비친 풍경을 바라본다. 그것들은 우울한 상태에 빠진 산드라의 내면을 다른 곳으로 데려간다.

산드라는 아버지의 책을 정리하며 그에 관한 기억과 흔적을 되짚으려 한다. 영화에는 서재가 빈번하게 나오고 수많은 책이 화면에 드러나지만, 책장을 펼쳐 페이지를 넘기고 글자를 화면에 보여주는 모습은 드물게 나온다. 도입부의 닫힌 문이 그러하듯, 우리는 결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는 책표지 앞에서 남겨진 타인의 세계를 더듬거리며 추측할 뿐이다. 번역가인 산드라는 친밀한 타인이 남겨둔 섬세한 흔적을 섣불리 내 것으로, 나의 언어로 번안하지 않는다.〈 어느 멋진 아침〉은 인물이 몸을 움직여 거리를 걸어가고, 다른 사람이 머물러 있는 병실에 찾아가는 모습을 묘사하는 것만으로도 영화가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드문 영화일 것이다. (영화평론가 김병규)​​

About Movie

번역가이자 8살 딸의 어머니, 신경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둔 딸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산드라는 점점 건강이 악화되고 있는 아버지를 위해 요양원을 찾고 있다. 그러다가 우연히 재회한 클레망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산드라는 일과 가정, 그리고 사랑을 오가며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자전적인 이야기를 영화로 재창조하는 작업을 계속해온 감독은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과 그 경험을 이번 영화에 담았다. 주인공 산드라 역을 완벽하게 소화한 레아 세이두는 가족과의 관계와 새로운 사랑 사이에서 자기 모습을 찾아가는 여성을 차분하고 온화하게 연기한다. 칸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되었고 최우수 유럽영화상을 수상했다.​

Director

  • 미아 한센-러브Mia Hansen-Lø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