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수경과 딸 이정은 사사건건 부딪친다. 엄마는 딸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 화가 나면 딸에게 쏟아붓고, 심지어 때리기도 한다. 평생을 이렇게 살아온 딸은 그런 엄마 때문에 미칠 지경이다. 어느 날 함께 마트에 갔다가 화가 머리끝까지 난 수경은 급기야 딸을 차로 들이받아 버린다. 분노한 딸은 합의를 거부하고 엄마와 재판까지 간다. 서로를 끝없이 미워하고, 육탄전을 불사하는 이 이해할 수 없는 모녀 관계의 중심에는 엄마 수경의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 수경은 ‘엄마’의 자리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엄마다. 그는 딸보다 남자친구가, 남자친구의 딸보다 자신의 인생이 더 중요한 사람이다. 그의 눈은 오직 남자친구에게 사랑받을 때만 반짝거

린다. 우리는 이렇게 모성애가 거세된 엄마를 본 적이 없다. 이 영화가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건 이 때문이다. 이정에게 엄마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인 동시에 반드시 극복하고 넘어서야 할 대상이다. 이정은 끊임없이 분노하고, 싸움을 걸고, 몸싸움을 불사하며 엄마에게 사과를 요구한다. 엄마의 사과를 반드시 받아내야 엄마를 딛고 온전히 독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세인 감독의 이 장편데뷔작은 가족의 의미를 묻는 모녀의 성장드라마라기보다 한국적 모성애를 전복시키는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풍자극인 동시에 살모殺母에 관한 우화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