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과 지출이 거의 차이가 없는 삶은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려고 하거나, 갑자기 목돈이 필요해지거나, 예상 밖의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휘청거린다. 그래도 이 정도면 종종 불편해도 그럭저럭 살 만하다. 그러나 여기서 수입이 사라지면, 삶은 더 골치 아픈 상황과 맞닥뜨리게 된다. 생존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영상 일을 하던 영태가 대리운전을 하고, 아내 정희가 갑작스레 소개받은 보조교사 자리에 목메는 건 그들의 삶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다. 수입과 지출의 균형 상태로 시간을 되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그들은 자꾸 실패한다. 돈이 급해진 정희는 급기야 사채까지 손을 댄다. 이쯤 되면, 이들은 돈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영태와 정희 부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박한 상황에서조차 돈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한다.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영화를 연상시키는 박송열 감독의 두 번째 영화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는 어느 젊은 부부의 윤리적 선택에 관한 영화다. 영화는 미니멀한 프로덕션 속에서 이 부부 앞에 돈과 관련된 애매하고 미묘한 윤리적 문제들을 하나씩 던져놓고, 무뚝뚝한 유머와 페이소스 사이를 오가며 그들의 선택을 지켜본다. 누군가는 그들의 선택을 순진하다, 착해 빠졌다, 바보 같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고심 끝에 찾아낸 답은 이 험난한 자본주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성찰의 시간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