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은이는 영리하고 관심받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초등학생이다. 그런데 명은이에게는 모두에게 숨기고 싶은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가족이다. 명은이는 게으른 백수 아빠, 젓갈 장사를 하는 돈밖에 모르는 엄마가 부끄럽다. 그래서 학교에선 반장을 하고, 숙제를 열심히 하고, 심지어 글짓기도 잘하는 모범생이지만, 한편으로 부끄러운 가족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 가짜 가족까지 만들어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뛰어난 거짓말쟁이기도 하다. 청소년기의 거짓말은 곧 성장과의 동의어고, 모든 인간은 거짓말을 하면서 성장한다지만 거짓말을 하고 있는 명은이의 모습은 답답하기만하다. 물론 명은이도 거짓말이 나쁜 짓이라는 걸, 거짓말이 들통나면 곤란해진다는 걸 잘 안다. 그런데도 명은이는 거짓말을 멈추지 못한다. 영화는 명은이의 반복되는 거짓말을 매개로 서사에 긴장을 불어 넣으며 전진해 나간다. 그리고 10대 소녀가 가진 전형적인 이미지와 순수한 소녀에 관한 신화를 전복시키며 한국영화에서 잘 찾아볼 수 없는 울퉁불퉁하고 입체적인 캐릭터인 명은이라는 소녀를 창조해 낸다. 하지만 그렇다고 솔직함이 항상 옳거나 좋은 건 아니다. 과한 솔직함은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한다. 대상을 받은 마지막 글짓기를 통해 명은이가 깨닫게 되는 건 우리의 인생은 진실과 거짓 사이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