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은 가능한가요?” 녹내장 진단을 받은 직후, 가후쿠의 첫 질문이 의미심장하다. 배우이자 연극 연출가인 그는 시력을 잃으면 글을 읽고 쓰는 데는 지장이 없는지, 연극 무대에는 오를 수 있는지와 같은 걸 걱정하는 게 아니라 운전부터 말한다. 가후쿠에게 운전은 존재론적으로 절대적이다. <드라이브 마이 카>(2021)의 핵심은 가후쿠, 운전, 그가 15년간 소중히 다뤄온 붉은색 사브 900 그 어디쯤에 있다. 이것은 인물과 세상이 맺는 관계의 문제이기도 하고 하마구치 류스케 연출의 태도와 지향이기도 하다. 겹겹의 알레고리, 그들 간의 중층의 반응이 <드라이브 마이 카>를 서서히 움직여나간다. 가후쿠는 다양한 언어를 쓰는 배우들과 연극 <바냐 아저씨>를 무대에 올리려 한다. 아내 오토가 죽은 지 2년이 지난 뒤다. 이동하는 차에서 그는 연극 대본을 덤덤히 읽어나가는 오토의 음성 테이프를 들으며 서서히 극으로 진입해간다. 산 자인 가후쿠와 망자인 오토가 주고받는 대사는 감정을 불어넣는 일 없이 최대한 단조로운 음성 언어의 교환에 가깝다. 이 순간, 자동차는 감정의 불순물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가장 맑은 순도의 상태, 그 말을 싣고 나르는 기계 장치다. 마치 카메라라는 기계가 그러하다는 듯이. 매번 오토를 둘러싼 진실을 마주하길 두려워해 온 가후쿠는 연극을 준비하며 비로소 오토의 세계와 다르게 만난다. 전속 운전사 미사키와 폐허의 땅으로 동행하며 죽음 이후의 삶을 바라볼 용기를 낸다. 우리가 누군가를 받아들인다고 말할 때 그것은 진정으로 가능한 일일까. 어느 정도로, 얼마만큼, 어떤 방식으로 그러하다는 것일까. 진실을 모르고 사는 일만큼 두려운 것도 없기에 <드라이브 마이 카>는 이 거대한 질문 앞으로 우리를 데려가려 한다. (정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