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미국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한 4개 부문의 상을 동시에 석권하며 한국영화사를 새롭게 쓴 봉준호 감독의 최신작이다. 반지하에 사는 백수 기택의 가족이 박사장의 고급 저택에 몰래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블랙코미디로, 반지하의 가난한 가족이 으리으리한 세계로 입성하는 과정을 통해 현대 사회의 빈부 격차와 돈이 만들어낸 계층의 문제를 꼬집는다. 이 영화의 여러 부분이 중산층을 향한 서민의 욕망을 해부했던 故김기영 감독의 걸작 〈하녀〉(1960)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계층의 이동을 은유하는 계단이 가진 상징성은 특히 그렇다. 봉준호 감독은 이미 네 번째 장편영화 〈마더〉에서 시도된 적 있는 흑백영화로의 전환을 다시 한번 시도한다. 극단적으로 구분되는 계급 차이는 빛과 어둠, 흑과 백이라는 이분법적 표현을 통해 더 강렬하게 대비된다. 흑백판은 올해 로테르담영화제에서 첫 공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