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케이코는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전에는 돌아오겠다는 메모를 남긴 채 사라진다. 첫째 아키라와 둘째 쿄코, 셋째 시게루, 그리고 막내 유키는 떠나버린 엄마를 기다리며 함께 생활하지만 엄마는 돌아오지 않는다. 마치 세상도, 엄마도 그들을 잊은 것만 같다. 영화는 부모에게 버려진 채 전기도 수도도 끊긴 참혹한 환경에서 살아야만 하는 아이들을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지켜본다. 담담하고 따뜻하지만 때론 베일 듯 서늘한 시선으로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2004년 영화로 1988년 도쿄에서 일어난 실화를 토대로 하고 있다. 감독의 전체 필모에서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첫 영화로, 이후 그는 아이들의 연기 연출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출력을 선보이며 가족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고레에다 월드를 본격적으로 구축하기 시작한다. 열두 살 가장을 연기한 야기라 유야는 이 영화로 칸영화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꾹꾹 눌러 담은 슬픔을 담담하게 표현하는 그의 연기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