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피투게더>의 제작 뒷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감독은 동쪽도 서쪽도 아니고, 낮도 밤도 없으며, 춥지도 덥지도 않은 0도의 땅 부에노스 아이레스, 그곳에서도 쇠락한 항구도시 라보카에서 촬영을 시작한다. 감독이 두 캐릭터만을 머릿속에 넣은 채 지구 반대편의 촬영 현장에서 벌어지는 영화 제작 과정의 수많은 에피소드들은 완성된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뒷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예정된 촬영 기간을 훌쩍 넘기면서 촬영팀 모두가 힘들어했던 상황에서부터 현지의 치안 문제로 생명의 위협을 받았던 당시 이야기, 영화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두 주인공 모두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촬영 씬, 존재하지 않았던 장의 캐릭터가 탄생하게 된 배경 등 창작의 과정 중에 사라진 캐릭터의 구상과 이야기의 흐름이 흥미롭게 담겨있다. 영화는 당시의 촬영 현장을 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영화에 사용되지 않은 필름을 묶어 또 다른 스토리를 가진 영화를 만들어낸다. <해피투게더>와 왕가위 감독의 팬이라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다큐멘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