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반변성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박수남은 일제의 만행으로 고통받은 재일조선인의 이야기를 평생 동안 카메라에 기록해온 재일조선인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박수남 감독의 딸 박마의는 엄마를 도와 엄마가 평생에 걸쳐 촬영한 10만 피트, 약 50시간 분량의 기록 필름을 디지털 복원하기로 한다. 복원이 시작되자 필름 속에 잠들어있던 강제 징용/징집 조선인, 원폭 피해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 과거 일제강점기의 가슴 아픈 역사가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복원된 이미지들은 박수남 감독의 기억과 설명이 더해지면서 구체성을 얻고, 잠들어있던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다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여기에 재일조선인으로 살아온 박수남, 박마의 감독의 파란만장한 개인사가 병치되면서 영화는 잔혹한 과거의 비극을 품고 있는 거대한 역사적 아카이브이자, "피해자의 기억이 없어지지 않는 한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의 가해 책임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평생을 피해자들을 기록하는 데에 인생을 바친 한 재일조선인 다큐멘터리스트의 초상이 된다. 일본의 역사 인식과 일본의 과거사를 어떻게 봐야 할지 혼란을 느끼는 요즘, 가해자와 피해자, 대립하는 두 개의 입장이 함께 역사를 극복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지 자문하며, 명확한 관점을 제시하는 이 영화는 어떤 대단한 강의나 감동적인 글로 대체할 수 없는 보석과도 같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