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사회복무요원 경험과 교량 밑에서 3년간 노숙을 한 남자에 관한 뉴스를 모티브로 하는 이종수 감독의 장편데뷔작 <부모 바보>는 한 복지관을 배경으로 가족으로부터 고립된 채 외롭게 살아가는 세 사람의 이야기다. 사회복지사 진현과 사회복무요원 영진은 서로 처지는 다르지만 무능한 부모로부터 어떤 유무형의 유산도 받지 못한 아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IMF로 망한 아버지를 둔 진현의 동생은 고시원에서 살다가 자살했고, 아버지 집에서 쫓겨난 영진은 30평짜리 아파트에서 살았지만 그 흔한 생일상조차 받아본 적이 없다. 진현이 영진을 챙기는 건 영진이 죽은 동생 같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진현을 귀찮게 하는 순례는 30년이 넘도록 고생하며 키운 의붓아들로부터 버림받은 엄마다. 안팎으로 고립된 이들의 불안한 상황은 진현 집에 있는, 한쪽 다리가 짧아 얼음 조각을 괴어 놓은 의자처럼 아슬아슬해 보인다. 이 영화가 진현의 표현대로 '기깔나게 잘 만들었지만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독립영화'들과 얼마나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빈부의 문제, 가부장의 무능, 해체된 가족이라는 새롭지 않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이 영화만의 기괴한 기운과 신비로운 분위기를 통해 인물들의 근원적 불안을 인상적인 방식으로 담아내는 한편, 낯섦과 익숙함, 올드함과 새로움 사이 어딘가를 서성이며 인물들 사이에 만들어진 긴장을 끝까지 유지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