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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것들Things to Come

미아 한센-러브

  • 프랑스
  • 2015
  • 102min
  • 15 +
  • color
  • 극영화

​미아 한센-러브의 영화가 변모하는 삶의 형태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다섯 번째 영화인 <다가오는 것들>은 가장 예민한 변화를 주시하는 사례일 것이다. 영화의 첫 장면은 나탈리와 가족들이 생말로의 섬에 자리한 작가 샤토브리앙의 무덤을 보러 가는 데서 시작한다. 바닷가에서 찾은 묘비 근처에는 ‘파도와 바람 소리만을 듣고자 했다’는 글이 적힌 비석이 있다. 그 글귀처럼 작가의 묘비가 세워진 작은 섬에는 파도가 계속해서 밀려오고 떠내려가며, 끊임없이 바람이 분다. “도시에서 교외로, 한 계절에서 다른 계절로 바뀌는 변화”를 영화에 담아내려 했다는 한센-러브는 그런 미세한 기후적 변화까지도 영화의 공간에 가져온다. <다가오는 것들>을 보는 일은 영화가 전하는 서사를 따라가기보다는 인물의 정서와 결부된 변화의 감각에 몸을 맡기는 경험이다.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나탈리는 학교 입구를 막고 시위하는 학생들의 파업에 반발한다. 한때 공산주의자로 소련을 방문할 만큼 이상적인 그녀지만, 이제는 젊은 세대의 과격한 요구를 이해할 수 없다. 출판사 직원들은 나탈리의 철학 평론집 재출간을 논의하면서 수익성을 고려한 화려한 표지와 마케팅을 제안한다. 게다가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죽음을 맞고, 바람을 피우는 남편은 다른 여자와 살겠다고 통보한다. 급진적인 사상을 가진 아끼던 제자에게는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나탈리의 삶을 이루고 있던 많은 것들이 퇴색하고, 그녀의 일상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나탈리는『 팡세』의 한 구절을 낭독한다. “이것이 내가 보고 괴로워하는 것들이다. 사방을 둘러봐도 보이는건 암흑뿐이다. 자연은 내게 회의와 불안의 씨앗을 제공한다.”

하지만 영화의 제목은 역설적으로 ‘다가오는 것들’이다. 개인의 일상을 이루는 요소들이 변해간다면 그 자리에는 다른 것들이 침입하기 마련이다. <다가오는 것들>은 두 가지를 제안한다. 하나는 책에 적힌 문장을 다시 읽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상에서 한 발자국 이탈한 공간을 찾아가는 것이다. 다른 문장들, 다른 공간들이 나탈리에게 다가온다. 후자에 주목하고 싶은데, 미아 한센-러브의 영화에서 인물이 교통수단을 이용해 장소를 이동하는 장면은 목적지로향하기 위한 도구적인 장면이 아니라 그 자체로 고독하고 독립적인 여정이기 때문이다. 한센-러브는 “자연적인 장소에서 변화와 설렘을 느끼고, 그 장소와 인물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을 강조한다. 영화의 후반부에 나탈리는 제자인 파비앙이 초대한 교외에서 포크 음악을 듣고, 커피와 음식을 먹고, 들판을 바라보며 책을 읽는다.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의 표현을 빌리면, 이 영화에서 자연은 무관심하지 않다. 『팡세』의 구절처럼 나탈리에게 자연이 제공하는 회의와 불안은 그녀를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그녀 삶의 근거가 되는 정서로 형성된다. 당나귀가 새로 태어나고, 나이 든 고양이는 다른 주인을 얻게 된다.

불안에도 불구하고 변화는 계속되는 삶의 형식을 담보한다. 한센-러브는 프랑수아 트뤼포의 말을 빌려, “밤에 달리는 기차에 탑승하는 기분”에 중요한 영화적 경험이 있다고 말한다. 카메라가 인물을 비추기 전에 그들의 삶은 시작되었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이어진다는 지각이다. <다가오는 것들>〉은 이따금 이미 상황이 시작된 뒤에 장면이 열리고 상황이 끝나지 않았을 때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나탈리는 그런 숏의 리듬을 통과하며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분주히 이동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멈춰 서서 무언가 바라본다. 중반부의 한 장면에서 나탈리는 병원에 도착해 배고픔을 호소하는 엄마에게 초콜릿을 나눠준다. 그리고 텔레비전을 함께 보며 실없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새 잠들어버린 엄마에게 조용히 시선을 건넨다. 아주 잠깐이지만, 한없이 길게 느껴지는 기묘한 기분과 더불어 관계의 다정함과 피로가 그곳에 깃든다. 이때가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보내는 시간이 되리라는 것을 나탈리도, 엄마도 알지 못한 채 그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김병규 영화평론가)​​

About Movie

파리의 한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중년 여성 나탈리. 그는 두 자녀와 나이 든 어머니 그리고 남편을 돌보면서, 학생들에게 자신의 삶을 할애한다. 일에 대한 열정과 사유에 대한 즐거움으로 살아가는 나탈리에게 어느 날 남편이 그녀의 곁을 떠나고 싶다고 고백한다.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가던 그녀의 일상에 균열이 생긴다. 모든 것을 상실한 후, 가장 약해진 순간에도 품위를 잃지 않는 여성의 삶을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으며, 미아 한센-러브 감독의 세밀한 연출력과 이자벨 위페르의 뛰어난 연기력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인 은곰상을 수상했다.

Director

  • 미아 한센-러브Mia Hansen-Løve